고령층 및 고혈압·당뇨환자 등 유의해야
체온 떨어뜨리는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랭질환은 ‘따뜻한 곳에서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안일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냥 가볍게 봤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노약자와 심·뇌혈관 환자는 추울 때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줄이는 방어 기전이 일반 성인보다 낮아 추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저체온증은 중심 체온(심부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지만, 내분비계 이상, 특정 약물 사용, 물에 젖은 상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60대 이상 중장년층은 근육량이 적어 저체온증이 잘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은 초기(심부 체온 33~35도) 온몸, 특히 팔과 다리의 심한 떨림이 발생한다. 또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 수축 현상이 나타난다. 피부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푸른빛으로 변한다.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잠에 취한 듯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기억력과 판단력, 균형 감각도 떨어진다.
심부 체온이 29~32도로 떨어져 저체온증이 심해지면 의식이 더 흐려져 혼수 상태에 빠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느려진다. 몸이 뻣뻣해지고 동공이 확장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 저체온증(심부 체온 28도 이하)의 경우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심실세동(심실이 분당 350~600회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상태)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유발돼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정상적인 각막 반사나 통증 반사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재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에서 중요한 것은 의식 저하로, 몸이 차가워지며 의식이 처지는 경우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의식이 명료할 경우 달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창도 주의해야 할 한랭질환이다. 동창은 영상 5∼10도의 날씨에도 나타난다.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점차 작열감과 함께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워지는 등 국소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심하면 울혈, 물집, 궤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동창은 재발이 쉽긴 하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 호전될 수 있다.
동상은 영하 2∼10도 정도의 심한 추위에 노출돼 피부 조직 속 수분이 얼어 세포막이 파괴된 상태를 말한다. 코, 귀, 뺨,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저림이 있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감각이 없어지고 물집이나 부종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 있어 즉시 대처해야 한다. 초기 증상이 동창과 유사하지만, 동상은 심해질 경우 조직이 죽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조직괴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동상에 걸리면 의료기관을 빠르게 찾는 것이 원칙이다. 추위에 손상된 부위가 감각이 없어지면 우선 따뜻한 환경으로 옮겨 젖은 신발이나 의류는 교체하고,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악세사리는 빼야 한다. 또 동상 부위를 따뜻한 물(39~42℃)에 담근 채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 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상 부위를 문지르고 주무르는 것은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할 수 있어 금물이다.
한랭 질환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하지만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이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기 때문에 체온이 3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노인, 영유아, 기저질환자는 체온유지, 혈액 순환 등의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기 쉽다"며 "저체온증이나 동상·동창이 의심될 경우 주저 않고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